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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름의 미학-문정희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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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686회   작성일Date 06-11-12 17:49

    본문

    일상의 형식과 탈서정의 문법

    김 홍 진

    문  숙, 『단추』
    김소원, 『시집 속의 칼』
    송종규, 『녹슨 방』

    1. 서정과 탈서정

    문학이라는 개념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고정불변하거나 확고부동한 객관적 실체가 아니다. 변화된 사회에서 문학적 인식론의 전환은 문학이라는 개념에 대해 재구성하기를 요구한다. 문학이라는 개념은 ‘사회적 욕망의 체계’로서 ‘문학성을 구성하는 가치 체계는 역사ㆍ사회ㆍ이데올로기적’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시대의 문학 작품에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내재적이고 고정불변하는 문학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 혹은 문학성이라는 것은 패러다임의 대체에 따라 그들 스스로의 층위를 전환할 뿐이며, 이를 통해 그들의 영토를 재영토화하고 또 탈영토화할 뿐이다. 문학의 주요 장르인 서정시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이 속한 전통과의 연속과 단절을 통해 그들의 영토를 재영토화하거나 탈영토화하고 있다.
    최승자는 ‘서정 시대는 끝’나고 ‘서정 연습 시대가 있을 뿐이야’라고 했다. 서정시에 대한 다소 비탄어린 이 진술은 우리 시대의 서정시가 처한 운명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시적 통찰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주체와 대상 사이의 조화로운 화음이 울려 퍼지던 서정의 ‘황금 시대’는 끝나고, ‘서정 연습 시대가 있을 뿐’이라는 다소 절망 섞인 진술에는 이 시대에 서정시가 어떠한 자리에 있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과연 우리는 빛나는 황금의 서정 시대, 그 찬란한 신전 앞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 인간과 세계, 주체와 대상이 분열되지 않은 그 동일성의 세계나 서정적 자아의 원형은 이 시대에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기대하기에 시대는 멀리 왔고, 세계는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세계를 상상적 질서 안에서 재구축하거나 모방하는 일이다. 따라서 서정시는 이 궁핍한 시대의 삶 가운데서 상실된 세계와의 동일성을 찾아가 재영토화하려는 몸부림일 수밖에 없거나, 서정성을 탈구축하여 탈영토화하려는 작업일 것이다. 변화된 층위에서 시가 그들의 존재 기반인 서정성을 탈영토화하려는 작업에는 탈서정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으며, 동일성을 회복하고 서정의 영역을 재영토화하려는 노력에는 근본주의적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시의 언어는 서정의 언어이다. 전통적으로 서정은 예술로서의 서정시의 원형질을 획득하게 하는 중요한 자질로 여겨져 왔다. 서정시의 힘과 매력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동일성의 시학’을 노래하는 전통적 서정시는 본연의 낯익음이 있어 편안하다. 그러나 혼돈과 분열, 모순과 불확정의 시대에 세계의 자아화나 자아의 세계화는 가능할까? 세계의 총체성,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 세계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온전한 주체는 부정되고 의심되기 일쑤이다. 이런 회의와 부정이 기존의 낯익은 전통적 서정을 거부하고 탈서정이란 이름으로 서정의 영토를 탈영토화하려는 욕망을 부추긴다. 여기에는 낯설음이 있지만 그 낯설음이 새로움을 유발한다. 시적 인식과 방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은 모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로운 작업이다.  
    현대인의 삶이 대개 혼돈과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는 인식에 동의할 때 일상적 경험의 증대는 우리 사회와 시의 역사적 변화에 주요한 지표로 기능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일상성은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한다. 현대 사회의 일상성은 문명화의 산물인데, 과거에는 단순히 속악성(俗惡性)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희극적 대상이 되거나 시인이 금기시해야 하는 소재 거리에 불과했다. 그것은 무가치하며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것은 낯익고 습관화되어 자동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며, 그래서 관습적이며 기계적인 삶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현실의 세부로서 세속적 일상성은 미적 대상이 될 수 없는 추하고 무가치한 것으로서 마땅히 부정되어야 할 것들이었다. 베르그송의 말대로….
    그러나 고도로 발달한 문명 사회로 진입하면서 문제되기 시작한 일상성은 주요한 시적 사유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그것은 일상성이 현대성의 구체적인 일면이라는 점에서 현대성에 대한 시적 인식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미시적 관찰과 반성은 삶의 진정성에 이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일상에 대한 시인의 관찰과 해석, 그리고 반성은 현실원칙이 지배하는 지금 이곳의 삶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또 다른 전망을 내다보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상의 삶, 혹은 현대적 삶의 일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와 미시 권력의 작동을 엿보고, 이를 반성적으로 인식하려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리멸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일상 세속의 이면에 숨은 권력과 무의식적으로 강요된 타율성을 관찰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인식한다.

    2. 일상의 관찰과 서정의 재영토화 : 문숙

    문숙의 첫번째 시집 『단추』(천년의시작, 2006)는 일상의 세목을 간명한 언어 표현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시적 표현을 주체적으로 일구되 타자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살되 유연한 사고를 잃지 않는 그런 태도 말이다. 이후에 문정희 시인이 어떤 시적 흐름을 만들게 될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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